호텔에서의 짧은 밤을 보내고 난 뒤 아침 일찍 회장에 갔던 날이었다. 다른 때보다 바쁜 일정에 조금의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나온 것이었는데, 그 떨떠름함을 이유로 점심시간 이후 오후 일정에서 약간 짬을 내어 방에 되돌아간 터였다.
맨 끝에서 두번째 방, 가는 길 복도 한 방, 한 방 모두 입을 열어 단장하는 중이다. 나만한 아들을 두고 있을 법한 청소부가 나를 보자 고개를 숙인다. 나의 방 역시 잠시 청소부를 맞이하고 있었는데, 나와 마주친 청소는 뭔가 잘못한 듯 고개를 떨구며 인사를 한다.
"죄송합니다."
나중에 다시 올까요하는 물음에 '괜찮습니다.'라고 간단히 답한 뒤, 방에 들어섰다.
이럴수가. 방은 아주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. 내가 미처 휴지통에 담지 못한 것들은 마치 없었던 듯, 정리하지 못한 나의 물건들은 마치 이 방의 일부인 것 듯. 주름 하나 없는 침대를 무기로 방은 모든 흔적을 없애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. 이것은 내 방이 아니다. 전혀 새로운 방이다. 나의 흔적, 문화, 역사가 사라진 새로운 방이다. 오후가 되고 늘 새로운 손님을 맞게 되는 새로운 방이다. 말끔한 침대 시트에 다시 주름을 내며 현대의 어떠한 상실을 느낀다. 차가운 도시가 따스함을 잃은 이유가 그것일지 모른다.
청소하는 분들 보면 좀 그렇더라구